월가아재: 30년 3000% 수익률의 전설 “지금 금리는 낮습니다, 그런데 AI는 걱정됩니다”

30년간 3000%가 넘는 수익률을 낸 전설적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최근 비공개 컨퍼런스에서 “지금 금리는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AI 자본 투자는 사이클 후반부라 걱정할 때”라는 말도 함께 했습니다. 얼핏 모순처럼 들리는 이 두 발언이 사실은 하나의 논리로 연결된다는 점, 그리고 이 논리가 재무부 장관 베센트와의 신경전, 은행 규제 완화, 나아가 한국 반도체 수요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드러켄밀러 대 베센트, 국채 금리를 둘러싼 신경전

8월 19일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시중에 풀린 옛날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그 대금은 새로 단기채를 찍어서 마련하는 방식으로, 나라 빚 총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만기 구성만 짧게 바뀌는 조치입니다. 발표 당일에는 장기 금리가 잠깐 내려갔지만 이틀 만에 하락분을 그대로 되돌렸습니다.

바로 다음날 베센트 재무장관은 CNBC에 나와 “지금 금리는 기초 여건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시장은 이를 장기 금리를 인위적으로 누르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8월 24일 드러켄밀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채권 시장이 말을 하게 두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습니다. 핵심 반박 논리는 이렇습니다.

  • 유찰된 입찰도, 딜러 대차대조표 경색도, 강제 청산도 없었다. 즉 시장이 고장 나서 유동성을 지원한 게 아니라, 금리가 오르니까 사들인 것이므로 이는 유동성 관리가 아니라 가격 관리다.
  • 장기 금리는 시장이 정부 재정에 보내는 신호이자 남은 마지막 재정 기율 장치인데, 이를 억지로 누르면 재정 정책이 느슨해진다.
  • 30년물이 5.5%에서 소화돼야 한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니라 청구서다. 장기 금리를 낮추는 방법은 기초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 하나뿐이다.

베센트는 8월 31일 G7 재무장관 회의 중 CNBC 인터뷰에서 “스탠리는 훌륭한 투자자지만 마음을 자주 바꾸고 돈 잃는 걸 싫어한다. 국채 숏 포지션을 들고 있었으니 기고를 쓴 날 아마 돈을 잃었을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9월 8일에는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트레이더들을 향해 “이제 내가 하우스다”라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시장 개입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한 원문 네 문장

지난주 목요일 발언은 비공개 행사라 영상은 없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녹취록과 참석자 확인을 거쳐 단독 보도했습니다. 원문 핵심은 네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1. 기존 금리가 긴축적이라고 말해온 사람들은 틀렸다.
  2. 나는 상식을 믿는다. 전 세계 자산 가격을 보면 된다.
  3. 경제 상황과 설비 투자, 자본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을 감안하면 굳이 따지자면 금리는 오히려 낮다. 금리 상승은 펀더멘탈이 이끈 느린 행진이었고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
  4. AI 구축 사이클은 꽤 후반부에 들어섰다. 우리가 이익 버블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금리를 두고 베센트는 “시장이 펀더멘탈을 안 보고 있으니 보게 해야 한다”고 하고, 드러켄밀러는 “지금 금리 자체가 펀더멘탈이 이끈 결과”라고 말하는 정반대의 진단인 셈입니다.

오른 건 물가가 아니라 실질금리

금리의 펀더멘탈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봐야 합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올해 저점인 2월 27일 3.97%에서 9월 9일 기준 4.97% 안팎까지 약 100베이시스포인트 올랐습니다. 이 상승분을 명목금리, 실질금리,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나눠보면, 재무부 데이터 기준 2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10년물 명목금리는 86bp 올랐는데 그중 실질금리가 74bp, 기대인플레이션은 12bp에 불과했습니다.

즉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우려가 아니라, 돈을 빌리는 데 드는 진짜 가격인 실질금리가 올랐다는 뜻입니다. 이는 설비 투자 붐 속에서 정부와 AI 기업이 같은 장기 자금을 두고 경쟁하며 자본의 가격이 오른다는 드러켄밀러의 설명과 정확히 부합합니다.

이익 버블 경고와 실제 포지션 변화

드러켄밀러는 “AI 전체가 놀라운 랠리였지만 이를 구축한 사이클이 후반부에 들어서 걱정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이익 버블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AI 구축은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6개월 전 대비 AI 투자 비중을 20%로 줄였다고 밝혔는데, 이는 80%를 축소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직전 2분기 13F 공시에서는 반도체·하드웨어·하이퍼스케일러 보통주가 3월 말 3억 3천만 달러에서 6월 말 8억 2천만 달러로 오히려 늘어 있었고, TSMC와 아마존은 주가 상승이 아니라 주식 수 자체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F는 공시 시차가 있어 6월~9월 사이 매도가 실제 비중 축소로 반영되는지는 다음 공시 마감일인 11월 16일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본이 병목이 된 시대

정부는 전쟁과 재정 적자 때문에 국채를 계속 발행해야 하고,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최근 회사채를 2천억 달러 넘게 발행했습니다. 같은 장기 자금을 두고 줄을 서면서 자본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진단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금리를 억지로 내리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자본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높은 금리의 문제는 레벨과 속도, 두 갈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레벨이 높으면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이 커져 밸류에이션에 불리하지만, 그 레벨이 자본 수요 때문에 오른 것이라면 기업의 매출·이익 성장이 이를 상쇄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반면 속도는 더 위험합니다. 금리가 단시일에 급격히 오르면 헤지 비용이 뛰고 기관들이 리스크 한도에 걸려 포지션을 줄이면서 마진콜과 추가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채권 시장의 예상 변동성을 보여주는 무브 지수는 현재 80 정도로, 2022~2023년 연준이 금리를 0%에서 5%까지 올릴 때의 150~200과 비교하면 레벨은 높아도 급변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실제로 드러켄밀러 발언이 나온 날 오후 확대된 바이백이 처음 집행됐는데, 딜러들이 105억 달러어치를 팔겠다고 내놨지만 재무부는 52억 달러만 사들였습니다. 비싸게 부른 물량은 사지 않은 것으로, 재무부 스스로 시장 충격을 흡수하며 속도를 늦추려는 임시방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짜 해법은 은행 규제 완화에서 나온다

근본적인 자본 공급 확대는 은행에서 나옵니다. 연준, OCC, FDIC가 작년부터 추진해온 규제 완화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 국채 중개 여력 확대: 대형 은행이 국채처럼 안전한 자산을 보유할 때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 규제(ESLR)를 올해 4월 완화해,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국채를 들 수 있게 됐습니다. 국채 거래를 청산소가 상계 처리하는 중앙청산 범위도 넓히고 있습니다.
  • 기업 대출 확대: 올해 3월 발표된 안에 따르면 대형 은행이 투자등급 기업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100%에서 65%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100달러를 빌려주면 규제자본 비율 10% 기준 10달러의 자기자본이 필요했다면, 위험가중치를 65%로 낮추면 위험자산이 65달러가 되어 필요 자본이 6.5달러로 줄어듭니다. 은행은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이,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기업의 회사채 발행 수요 일부가 은행 대출로 옮겨가 국채와 경쟁하는 채권 발행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용이 투자를 앞서가기 시작하면

돈의 공급을 늘린다고 AI 투자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 신용이 풀리는 흐름은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금융이 실물 성장을 뒷받침하는 단계(데이터센터가 대출로 지어지고 전력망이 깔리고 반도체가 팔리는 단계). 둘째, 늘어난 신용 자체가 추가 투자를 만들어내며 금융이 실물과 떨어져 과잉 투자로 가는 단계(GPU·데이터센터가 대출 담보가 되면서 자산가격이 오를수록 담보 가치가 오르고, 담보가 오르니 더 빌려주고, 더 빌리니 더 짓는 반사적 순환). 셋째, 신용과 수요가 과열돼 물가를 밀어 올리고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긴축 단계입니다.

현재는 첫 번째 단계지만, 은행 신용 팽창이 과해지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후 경로는 두 가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레버리지와 금융기관 간 연결이 커진 상태에서 실물 충격이 오면 그것이 금융을 타고 더 크게 번지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과 투자, 재고가 쌓이며 경제 전체 수요를 밀어 올려 물가로 번지고 연준이 금리를 다시 올리게 되는 경로입니다. 연준 이사 워시가 최근 통화량과 민간 신용 창출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기준금리 하나만으로는 은행과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돈의 양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전 가이드: 이 분석을 투자 판단에 적용하는 법

먼저 금리 상승의 원인을 구분합니다. 명목금리가 오를 때 그것이 기대인플레이션 때문인지 실질금리 때문인지를 봐야 합니다. 실질금리 상승이라면 자본 수요 때문에 발생한 상승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바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공개하는 명목금리와 물가연동채 금리 차이를 통해 대략적인 추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금리의 레벨과 속도를 나눠서 본다는 원칙을 포트폴리오 점검에 적용합니다. 보유 중인 성장주나 AI 관련주가 있다면, 최근 금리 상승이 완만한 추세인지 아니면 급격한 변동인지를 확인하고, 무브 지수 같은 채권시장 변동성 지표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레버리지가 낀 포지션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신호를 주기적으로 추적합니다. 하나는 은행 대출이 얼마나 빠르게, 어디로 늘어나는지(상업은행 대출 통계), 다른 하나는 AI 관련 기업들의 매출·마진·현금흐름이 투자 규모만큼 따라오고 있는지(실적 발표)입니다. 대형 투자자들의 포지션 변화를 보고 싶다면 11월 중순경 나오는 3분기 13F 공시에서 AI 관련 보유 비중의 실제 변화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비판적 검토

이 분석은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1차 자료를 근거로 두 인물의 발언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고, 명목금리를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분해해 근거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드러켄밀러의 “금리는 낮다”와 “AI는 걱정된다”는 두 발언이 모순이 아니라 하나의 논리(자본 병목)로 연결된다는 해석은 명료합니다.

다만 드러켄밀러의 기고와 발언에는 그가 국채 숏 포지션을 들고 있다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베센트의 반박처럼 발언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은행 위험가중치 완화의 효과 크기에 대해 연준 스스로도 “크지 않다”고 평가한 점, 그리고 신용 확장이 실제로 두 번째 단계(과잉 투자)로 넘어갈지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시나리오라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이 내용은 시장을 읽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며 특정 종목이나 매매를 권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핵심 요점

  1. 드러켄밀러는 “지금 금리는 낮다”와 “AI는 걱정된다”를 동시에 말했는데, 이는 모순이 아니라 정부와 AI 기업이 같은 장기 자금을 두고 경쟁하며 금리가 오른 것(자본 병목)과, 그 사이클이 언젠가 끝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올해 10년물 금리 상승분의 대부분(86bp 중 74bp)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실질금리에서 나왔습니다. 물가 우려가 아니라 자본을 빌리는 진짜 가격이 오른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3.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은 근본 해법이 아니라 장기채 공급 부담을 일시적으로 늦추는 임시방편이며, 진짜 해법은 은행 규제 완화를 통해 국채 중개 여력과 기업 대출 여력을 늘리는 데서 나오고 있습니다.
  4. 은행 신용 확장은 AI 투자 사이클을 더 오래 끌고 갈 수는 있어도, 그 투자가 실제로 수익을 내는지는 정해주지 않습니다. 투자자는 은행 대출 증가 속도와 방향, 그리고 AI 기업들의 매출·마진·현금흐름이 투자 규모를 따라가는지를 함께 지켜봐야 합니다.
  5. 이 흐름은 한국 반도체 수요와도 연결됩니다. 설비 투자 경쟁이 첫 번째 단계에 머무는 동안은 자본 공급이 뒷받침되어 반도체 수요가 유지될 수 있지만, 할인율 자체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커 밸류에이션 부담은 별개로 남습니다.

참고자료

  • 파이낸셜 타임스, 드러켄밀러 비공개 컨퍼런스(파이퍼 샌들러 주최) 발언 단독 보도
  • 스탠리 드러켄밀러,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채권 시장이 말을 하게 두라”(8월 24일)
  • 미국 재무부 국채 바이백·명목금리·물가연동채 금리 공개 데이터
  • 드러켄밀러 2분기 13F 공시 (다음 공시 마감: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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