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100% 자동화하면 미국 GDP는 몇 % 오를까요? 스탠퍼드의 성장 이론 대가 채드 존스의 답은 놀랍게도 0.5%입니다. 이 영상은 그 작은 숫자의 실체를 추적하면서, AI가 만드는 성장 폭발이 진짜로 오긴 오지만 그래프에 뚜렷하게 나타나기까지는 75년에서 10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채드 존스의 최신 연구를 풀어냅니다.
이 영상은 투자 콘텐츠 채널 월가아재의 과학적 투자에서 제작한 시리즈의 2부로, 1부에서 다룬 멜서스·솔로우·로머로 이어지는 경제 성장 이론의 계보를 바탕으로 채드 존스의 2019년 논문과 2025년 초 공개한 신작 논문(“과거의 자동화, 미래의 AI: 약한 고리는 어떻게 성장 폭발을 길들이는가”)을 함께 다룹니다.
핵심 내용
지난 이야기 요약: 경제학이 도달한 결론
영상은 먼저 1부의 내용을 짧게 정리합니다. 멜서스,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솔로우, 그리고 로머를 거치면서 경제학이 도달한 결론은 두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첫째, 경제 성장의 엔진은 아이디어다. 둘째, 아이디어를 만드는 병목은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연료는 갈수록 비싸지고 있고 공급마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질문이 나옵니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이 꼭 사람이어야 할까요? 사람은 기계와 마찬가지로 수확체감의 지배를 받지만, 만약 AI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면 이 제약마저 풀릴 수 있다는 상상력에서 채드 존스의 연구가 출발합니다.
낙관 시나리오: AI가 아이디어를 만들면 연 10% 성장도 가능하다
2019년 채드 존스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이 시나리오를 수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결론은 아이디어 생산이 자동화되면 성장은 가속되고, 모형 설정에 따라 연 10%가 넘는 성장률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연 10% 성장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기 위한 비교가 인상적입니다. 지금의 2% 성장률로는 생활 수준이 두 배가 되는 데 한 세대인 35년이 걸리지만, 연 10%라면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는 사이인 6~7년 만에 나라 살림이 두 배가 되는 속도입니다.
그 출발점은 소프트웨어입니다. AI가 코드를 쓰는 능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가속하고 있습니다. 채드 존스가 인용한 AI 평가 기관 MET의 측정에 따르면, 2020년 AI는 사람이 8초 걸릴 코딩 작업을 절반의 확률로 해낼 수 있었는데, 2024년에는 11분짜리 작업까지 늘어났고, 현재는 12시간짜리 프로젝트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AI가 해낼 수 있는 작업의 길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이 흐름은 플라이휠 구조로 이어집니다. 코드를 잘 쓰는 AI는 AI 연구 자체를 돕고, 더 나은 AI가 다시 더 나은 AI를 만드는 자기 강화 구조입니다. 채드 존스가 근거로 든 사례는 알파폴드입니다. 단백질이 어떤 모양으로 접히는지 계산해내는 이 AI는 이미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고, 그 공로로 개발자들이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 낙관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합니다. AI의 개선된 퍼포먼스가 경제 전체로 퍼져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이 얼마나, 언제 충족되는지를 분석한 것이 바로 오늘 영상의 핵심인 채드 존스의 신작 논문입니다.
과거 75년을 먼저 측정한 이유
올해 초 채드 존스가 공개한 논문의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성장의 속도는 자동화된 부분이 아니라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나머지가 정합니다. 그래서 이득은 처음엔 작고, 커지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래를 다루는 이 논문이 과거 측정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미래에 대한 주장은 당장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같은 모형을 과거에 먼저 적용해서 지난 역사를 제대로 설명해내는지부터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험을 통과한 모형으로만 미래를 계산하겠다는 것이 채드 존스의 방법론입니다.
그래서 이 논문은 AI 이야기에 앞서 지난 75년간의 자동화부터 측정합니다. 채드 존스와 공저자 토네티는 미국 경제를 용접, 코드 작성 등 작업 단위로 쪼개서, 원래 사람이 하던 일 중 무엇이 언제 기계로 넘어갔는지를 산업별로 1950년까지 거슬러 추적했습니다. 흥미로운 디테일은 이 방대한 판정 작업을 연구팀이 AI에게 시켰다는 점입니다. 자동화의 역사를 연구하고 검증하는 작업 자체를 또 자동화한 셈입니다.
측정 결과, 미국에서는 아직 사람이 하고 있는 작업의 약 2%가 해마다 기계로 넘어가 왔습니다. 1950년 이후 놀랄 만큼 꾸준하게 이어진 흐름입니다.
두 가지 발견: 기계는 빠르게 좋아지고, 사람은 거의 멈춰 있다
이 측정에서 두 가지 결론이 나옵니다.
첫째, 기계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좋아집니다. 작업 하나하나의 수준에서 기계의 생산성은 사람의 생산성보다 매년 최소 3%포인트 더 빠르게 개선되어 왔습니다. 3%포인트 차이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복리로 계산하면 대략 24년마다 기계와 사람의 격차가 두 배로 벌어지는 속도입니다. 반대로 사람 쪽은 거의 멈춰 있습니다. 논문에 나오는 사고 실험이 흥미로운데, 컴퓨터 없이 손으로 행렬을 계산하거나 에세이를 쓴다고 할 때 지금의 대졸자가 1950년의 대졸자보다 얼마나 더 잘할지를 추정하면 연간 개선 속도가 -0.1%로, 사실상 제로였습니다.
둘째, 지금까지 성장의 실제 정체는 사실상 “갈아타기”였습니다. 개선 속도가 느린 사람으로부터 개선 속도가 빠른 기계로 점점 더 많은 업무를 넘긴 것이 성장의 실체였다는 뜻입니다. 이 힘이 얼마나 컸는지를 계산한 결과, 만약 1950년 수준에서 자동화를 동결했다면(기계는 계속 좋아지되 새로운 일을 더 이상 기계에 맡기지 못하게 막았다면) 이후 73년 동안 미국 민간부문 TFP(총요소생산성) 성장의 87%가 사라졌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한 회사가 어떤 일을 사람에서 기계로 갈아타는 시점은 기계 비용이 인건비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싸지는 순간입니다. 그 시점에는 인건비와 기계 비용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자체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진짜 이득은 그다음부터입니다. 기계로 교체된 작업에서 그 기계가 해마다 3%포인트씩 더 좋아지면서 복리 효과가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즉 돈을 쓴 순간이 아니라 그 뒤의 세월이 성장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 채드 존스가 정리한 지난 75년의 이야기입니다.
왜 소프트웨어를 100% 자동화해도 GDP는 0.5%만 오르나 – 약한 고리 이론
이제 미래로 넘어가면 자연스러운 기대가 생깁니다. AI야말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갈아타기” 동력이니, 해마다 2%씩 넘어가던 작업이 한꺼번에 넘어가면 성장도 폭발적으로 오지 않겠냐는 기대입니다. 채드 존스와 토네티가 계산한 결과가 바로 영상 첫머리에 나온 0.5%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100% 자동화해도 GDP는 0.5%밖에 오르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왜 이렇게 작게 나올까요? 경제 작업들이 사슬처럼 하나하나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한 대가 손에 오기까지 설계, 칩, 제조, 조립, 물류, 판매의 체인이 필요하고, 식당이라면 재료 조달부터 조리, 서빙, 결제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 가운데 한 절차가 완전히 자동화되더라도 나머지가 그대로면 전체 속도는 그 나머지가 결정합니다. 열 가지 공정 중 아홉 개가 1초 만에 끝나도 마지막 하나가 한 시간 걸리면 전체는 한 시간입니다. 채드 존스와 토네티는 이를 “약한 고리의 문제”라고 부릅니다. 사슬의 강도가 결국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를 체감하는 좋은 예가 책상 위의 컴퓨터입니다. 지금의 컴퓨터는 1970년대 초 최고 성능 컴퓨터와 비교해 연산력이 약 1억 배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장기 성장률은 2%에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컴퓨터 연산은 눈 깜짝할 새 끝나지만, 어떤 문제를 풀지, 어떤 가설을 세울지,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 팔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판단이라는 병목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 혁신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입니다.
이 직관을 채드 존스는 공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제에서 일정 비중을 차지하는 일을 비용 제로로 무한히 잘 자동화했을 때 소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계산하는 공식입니다. 이 공식에 소프트웨어 산업(미국 GDP의 약 2%)을 넣으면 어떨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이 2%가 통째로 공짜가 되니 소득도 2% 늘어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가 공짜가 되어 아낀 돈으로 다른 것을 더 사려고 하면, 다른 것들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는 병목 때문에 오히려 값이 오릅니다. 아낀 돈의 상당 부분이 병목의 가격 상승으로 도로 새어 나가는 셈입니다. 이런 상쇄 효과를 데이터와 공식으로 반영한 결과가 바로 0.5%입니다.
범위를 넓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인지 노동 전부(미국 GDP의 약 절반)를 자동화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질적으로 증가하는 GDP는 약 19%입니다. 인지 노동이 무한대로 좋아져도 사람이 담당하는 나머지 병목 때문에 효과가 100% 반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득이 두 배가 되려면 몇 %를 자동화해야 할까요? 계산 결과는 무려 94%입니다. 94%를 자동화하더라도 남은 6%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병목이 상당하기 때문에 딱 두 배 성장에 그친다는 뜻입니다.
점진적 자동화 시뮬레이션 – 75년 후에야 오는 급등
지금까지는 자동화 범위를 소프트웨어 2%, 인지 노동 절반처럼 고정해 놓고 계산한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자동화 범위가 점진적으로 드러나며 누적됩니다. 앞서 살펴본 역사처럼 사람이 담당하는 작업 중 해마다 약 2%씩 기계로 넘어가는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자동화 범위가 매년 1%포인트씩 100년에 걸쳐 꾸준히 넓어진다고 가정하고 소득 경로를 그려본 것이 이 논문의 핵심 그래프입니다.
초기에는 자동화된 부분이 작으니 해마다 티끌만큼의 이득만 생깁니다. 그런데 남은 병목이 한 자리수(예를 들어 6%)가 되는 시점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00% 중 2%를 자동화하면 나머지 98%가 여전히 병목이라 큰 변화가 없지만, 94%가 이미 자동화된 상태에서 남은 6%의 병목 중 1%만 더 해결해도 그 효과는 훨씬 큽니다. 그래서 뒷단에서는 1%만 자동화해도 소득이 크게 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결론적으로 50~60년 동안은 기울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다가, 75년째가 지나서야 기울기가 눈에 띄게 오르기 시작하고, 마지막 25년 상간에 급등하는 그래프가 나옵니다. 이것이 영상 제목의 “75년”의 근거입니다. AI에 따른 성장 가속은 채드 존스의 이론에 따르면 진짜로 오지만, 그래프에서 표면화되는 것은 인간이 병목인 약한 고리들이 대부분 제거된 뒤, 즉 75년에서 100년 뒤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AI 혁명이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도, 앞으로 한동안은 GDP 그래프만 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를 체감하기 좋은 예가 자율주행입니다. 웨이모는 운전자 없이 누적 1.7억 마일을 달렸고, 중상 이상의 사고는 같은 조건의 사람 운전자 대비 90% 넘게 적습니다. 기술은 이미 사람보다 훨씬 자율주행을 잘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자율주행차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규제, 보험, 지도, 정비망, 신뢰 같은 인간적 병목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은 자동화되어야 할 수많은 산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론의 한계와 반론
채드 존스 스스로도 이 계산의 약점과 반론을 인정합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런 계산은 작업들이 서로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에 매우 민감합니다. 저자들이 논문에서 직접 밝힌 대목인데, AI가 약한 고리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 우회해 버리거나 작업 간 대체가 지금보다 쉬워진다면 자동화에 따른 이득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연구에서 자동화율 측정 자체를 AI에게 시켰기 때문에, AI의 계산이라 검증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자들 스스로 예비적 수치이며 숫자가 바뀔 수 있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셋째, 학계 전체로 보면 AI가 성장에 기여할 정도를 둘러싼 추정은 넓게 갈립니다. 향후 10년 TFP에 AI가 얼마나 기여할지를 추산한 다른 연구들 중, MIT의 아세모글루는 연 0.1%포인트 이하로 비관적으로 보는 반면, 프랑스의 경제학자 아기용은 0.7%포인트를 제시했습니다. 채드 존스의 계산도 하나의 연구일 뿐, 확정된 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역사가 주는 힌트 – 전기, IT, 통신 버블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GDP에 찍히는 성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궁금할 것입니다. 케펙스(설비투자)는 실제로 계속 늘고 있고, 그 지출이 올해 GDP를 견인한 것은 회계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케펙스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좋게 만들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생산성 통계로 나중에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채드 존스의 계산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늦게 가속이 붙는다는 주장이지만, 기다림이 길다는 것이 곧 헛돈을 쓰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채드 존스는 AI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시차가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역사에는 대표적인 전례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기입니다. 발전기가 상용화되고도 미국 공장의 생산성이 증가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전기 모터의 장점은 기계마다 모터를 하나씩 달 수 있다는 것인데, 증기 기관 시절의 공장은 거대한 중앙 동력축 하나에 모든 기계를 벨트로 연결한 구조였습니다. 전기 모터의 장점을 살리려면 공장의 배치 자체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했고, 여기에 한 세대 가량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기는 분명 혁명이었지만, 발명이 현장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굉장히 오래 걸린 것입니다.
두 번째는 IT입니다. 1987년 노벨상을 받은 솔로우는 당시 유명한 농담을 남겼습니다.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나 보인다. 생산성 통계에서만 빼고.” 미국 기업들이 컴퓨터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었지만 정작 생산성 지표는 꿈쩍도 안 하던 시절에 나온 말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성장이 가속한 것은 1995년 이후였습니다. 채드 존스의 데이터로 보면 1973년부터 1995년까지 연 1.8%대에 머물던 성장률이 1995년 이후 2.1%대로 올라섰습니다. 투자와 가속 사이에 8년의 시차가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에 더 극단적인 사례가 통신입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 미국 통신업계는 회선과 광섬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그 후 거품이 꺼지면서 깔아둔 광섬유의 85~95%는 불도 켜보지 못한 채 남게 됐고 회사들은 줄줄이 파산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의 스트리밍과 클라우드는 바로 그 남아돌던 광섬유 위에서 돌아갔습니다. 투자의 성과 자체는 결국 나타났지만, 더 늦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입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과, 그 기술에 돈을 댄 회사나 사람이 돈을 번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였다는 것이 90년대 통신주 투자자들이 뼈저리게 배운 교훈입니다.
실전 가이드
채드 존스의 이론을 실제 투자·경제 판단에 적용하려면, 영상에서 제시한 세 가지 관찰 신호와 세 가지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첫째, 생산성 통계 자체를 추적합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내는 생산성과 TFP 통계가 지난 65년간의 추세선에서 위로 이탈하기 시작하는지가 관찰 포인트입니다. 채드 존스의 계산이 맞다면 이 지표는 앞으로도 한동안 잠잠해야 하고, 반대로 AI가 과거와 정말 단절적인 현상이라면 몇 년 내로 지표에서 신호가 잡혀야 합니다. 나머지 뉴스나 케펙스 발표는 정황 증거일 뿐이고, 생산성 지표만이 경제가 실제로 성장했다는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이 지표를 분기마다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둘째, 가격의 역설을 확인합니다. 존스 이론대로라면 자동화가 진짜로 성공한 부문은 가격이 폭락하면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줄어듭니다. 농업이 대표적인 예로, 자동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농산물이 흔해지고 값이 싸져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 자체가 작아졌습니다(현재 미국 고용의 2% 남짓).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연산력이 1억 배로 늘어나는 동안 미국 경제가 컴퓨터에 지불하는 소득의 비중은 닷컴버블 때 4.3%에서 최근 3%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보몰 비용병이라고 부르는데, 자동화된 것의 값은 떨어지고 끝까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의 값은 오르는 현상입니다. TV와 소프트웨어 값은 계속 떨어졌지만 병원비와 등록금이 계속 오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투자·커리어 판단에서는 “무엇이 자동화되어 값이 떨어지는가”보다 “무엇이 끝까지 남는 병목이라 값이 오르는가”를 찾는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셋째, 채드 존스가 밝힌 시간표와 세 가지 영역별 시사점을 대조합니다. 존스와 토네티는 향후 10~20년은 평소와 다름없는 성장이 이어지는 쪽이 더 그럴듯하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AI가 결국 성장을 가속시킬 것으로 봅니다. 이를 세 영역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투자: 시장은 이미 AI의 성과를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성과가 늦게 발현된다면 그 사이는 기대와 실적의 괴리를 소화하는 구간이 됩니다. 투자 질문은 “누가 AI를 잘 만드느냐”에서 “누가 AI로 잘 안 되는 병목을 쥐고 있느냐”로 옮겨가야 합니다.
- 물가·금리: 생산성이 물가를 눌러주는 효과는 그 생산성이 실제로 실현된 이후의 이야기이므로, 실현이 늦어진다면 당분간은 케펙스發 수요 압력이 먼저 작용해 AI발 인플레이션이 먼저 오고 디스인플레이션은 나중에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노동·커리어: 개별 작업의 자동화는 계속 빨라지지만 경제 전체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는 남은 병목 때문에 느릴 수 있습니다. 병목을 담당하는 사람의 몸값은 오히려 오르는데, 실제로 개발 영역에서는 주니어보다 전체 아키텍처를 볼 수 있는 시니어의 몸값이 오르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건은 “내 일이 자동화되느냐”가 아니라 “나는 이 사슬의 어느 고리에 있느냐”입니다.
비판적 검토
이 영상은 채드 존스라는 스탠퍼드 경제학자의 최신 연구를 원 논문의 방법론(과거 데이터로 모형을 먼저 검증한 뒤 미래에 적용)까지 포함해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0.5%, 19%, 94%, 75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계산 논리를 단계별로 짚어준 점, 그리고 전기·IT·통신이라는 세 가지 역사적 전례를 통해 “기술이 진짜인 것”과 “투자자가 그 성과를 거두는 것”이 별개라는 점을 균형 있게 짚은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다만 이 영상 스스로도 밝히듯, 자동화율 측정을 AI에게 맡긴 부분과 작업 간 대체 가능성에 대한 가정은 논문 저자들도 “예비적 수치”라고 인정한 대목입니다. 학계에서도 아세모글루의 연 0.1%포인트 이하 비관론부터 아기용의 0.7%포인트까지 추정치의 폭이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상에서 제시된 75년이라는 숫자 역시 하나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영상은 미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다루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영상 말미에서 채드 존스 본인이 던진 “왜 어떤 나라는 같은 레시피를 쥐고도 요리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은 아직 다뤄지지 않은 채 다음 영상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투자 판단에 이 이론을 활용하려는 분들은 이 불확실성과 국가별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핵심 요점
영상을 본 후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입니다.
- 소프트웨어 개발을 100% 자동화해도 미국 GDP는 0.5%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경제 작업이 사슬처럼 얽혀 있어 전체 속도는 가장 느린 “약한 고리”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 지난 75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은 개선 속도가 느린 사람에서 개선 속도가 빠른 기계로 매년 약 2%씩 작업을 “갈아탄” 결과였습니다. 1950년 수준에서 자동화를 동결했다면 73년간 TFP 성장의 87%가 사라졌을 것이라는 계산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 자동화 범위가 매년 1%포인트씩 100년에 걸쳐 확대된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에서는 50~60년간 완만하다가 75년째부터 눈에 띄게 오르고 마지막 25년 사이 급등합니다. AI 혁명이 실제로 진행 중이어도 당분간 GDP 그래프만으로는 알아채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 전기(발전기 상용화 후 수십 년), IT(1995년까지 8년 시차), 통신(90년대 광섬유 버블) 사례는 모두 “기술이 진짜인 것”과 “그 기술에 투자한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이 별개였음을 보여줍니다.
- 앞으로 지켜볼 신호는 세 가지입니다. 생산성·TFP 통계가 추세선을 이탈하는지, 자동화된 부문의 가격이 폭락하며 GDP 비중이 줄어드는지(보몰 비용병), 그리고 채드 존스가 제시한 10~20년의 완만한 성장 구간이 실제로 이어지는지입니다. 투자와 커리어 모두 “무엇이 자동화되느냐”보다 “어떤 병목이 끝까지 남느냐”에 주목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영상에서 언급된 자료입니다.
- 채드 존스(스탠퍼드대) 2019년 공저 논문 – 아이디어 생산 자동화 시 연 10%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 시나리오 논문
- 채드 존스·토네티 2025년 초 공개 논문, “과거의 자동화, 미래의 AI: 약한 고리는 어떻게 성장 폭발을 길들이는가” – 이 영상의 핵심 근거 논문
- AI 평가 기관 MET의 코딩 작업 시간 측정 데이터(2020~2024)
- 알파폴드 단백질 구조 예측 성과(2024년 노벨 화학상)
- 웨이모 자율주행 누적 주행거리 및 사고율 데이터
- MIT 대런 아세모글루의 AI 성장 기여도 추정 연구
- 프랑스 경제학자 필리프 아기용의 AI 성장 기여도 추정 연구
- 로버트 솔로우의 생산성 역설 발언(1987년 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