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역대급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샘 알트만이 오픈AI의 IPO를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발표하면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소프트뱅크는 단기 부채를 동원해 오픈AI에 투자해 왔는데, IPO 연기로 자금 조달 경로가 막히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왜 이 위기설이 나왔는지,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숫자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김단테님의 분석 영상을 바탕으로 소프트뱅크의 부채 구조와 보유 지분 가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고, 오픈AI의 최근 성장세를 근거로 이 위기설이 과장인지 실체가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브릿지론과 IPO 연기가 만든 자금 압박
소프트뱅크는 올해 오픈AI가 IPO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단기로 빚을 내 투자하는 브릿지론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브릿지론은 무담보이며 만기는 2027년 3월 말로 약 6개월 남았습니다. 전체 한도는 400억 달러이고 현재 실제로 진 빚은 260억 달러 수준입니다.
문제는 샘 알트만이 오픈AI의 IPO를 연기하면서,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팔아 부채를 갚으려던 계획이 틀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소프트뱅크는 만기 전에 이 브릿지론을 장기 부채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보유한 암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10월에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추가 납입하기로 한 상태라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프트뱅크의 CDS(부도 위험 지표)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부채 대비 자산 가치와 두 가지 구조적 리스크
가장 최근 분기 실적 기준으로 소프트뱅크의 연결 이자부 부채는 27.8조 엔(약 278조 원)이고, 보유 지분 가치는 83.1조 엔(약 830조 원)입니다. 순부채를 보유 가치로 나눈 LTV는 약 13% 수준으로, 이 숫자만 보면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두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소프트뱅크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암(약 60%)과 오픈AI(약 17%) 두 회사에 77%가 몰려 있습니다. 암은 상장사라 매각이 가능하지만 오픈AI를 비롯한 비전 펀드의 비상장 주식들은 원할 때 바로 팔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소프트뱅크의 연간 이자 비용은 약 1.2조 엔(약 11조 원)에 달하는데, 배당 소득과 비전 펀드 분배금을 모두 합쳐도 이 이자 비용의 절반 정도밖에 감당하지 못합니다. 브릿지론을 장기 부채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최근 오른 금리가 반영되면 이자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암과 오픈AI 모두 배당이 없다는 점도 소프트뱅크가 계속 T모바일, 인텔 등 다른 보유 주식을 팔아 자금을 돌려막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추가로 소프트뱅크의 달러 표기 채권은 시장에서 약 9%의 금리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비등급 기업 중에서도 정크본드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해온 대표적인 엔캐리 트레이딩 회사인데, 최근 엔화 강세와 일본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런 전략이 통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픈AI의 최근 성장세가 바꾸는 그림
이런 위기 요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걱정하는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 근거는 오픈AI의 최근 성장세입니다. 소프트뱅크가 2분기에 언급한 기준으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852억 달러이고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약 13%인데, 만약 오픈AI가 엔트로픽이 노리는 목표 기업가치인 2조 달러 수준으로 상장한다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오픈AI 지분 가치는 지금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밀러웹 집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상위 10개 웹사이트 중 방문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챗GPT였습니다. 개발자들이 API 단위로 AI를 사용할 때 쓰는 오픈라우터 사이트 기준으로 보면, 올해 1월까지 엔트로픽 모델에 지출하는 비중이 80%, 오픈AI가 20%였는데 9월 7일 있는 주 기준으로는 오픈AI가 51%, 엔트로픽이 49%로 역전됐습니다. 이는 8월 말 출시된 아스트라의 매출이 약 20%에 달한 반면, 클로드의 페이블 5.1은 6%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다만 연율화한 매출인 ARR 기준으로는 아직 엔트로픽이 650억 달러, 오픈AI가 400억 달러대로 엔트로픽이 앞서 있습니다. 이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인데, 오픈라우터의 매출 흐름이 엔터프라이즈 시장까지 이어진다면 ARR 역전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챗GPT는 광고라는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00일 만에 연율화 매출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합니다. 코딩 분야에서도 깃허브 공개 저장소 기준 8월 코딩 줄 수가 엔트로픽 클로드는 130만 줄, 오픈AI 챗GPT 코덱스는 390만 줄로 세 배 차이가 났습니다.
지금 투자자가 챙길 수 있는 실전 포인트
이런 흐름을 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해볼 수 있습니다.
- 소프트뱅크나 오픈AI 관련 종목에 투자 중이라면 브릿지론 리파이낸스 진행 상황과 CDS 스프레드 추이를 분기별로 체크해 유동성 리스크가 실제로 해소되는지 확인합니다.
- AI 업종 비중이 큰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오픈라우터 매출 점유율, ARR 추이 같은 공개 데이터를 3개월 단위로 확인해 오픈AI와 엔트로픽 중 어느 쪽이 실제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지 스스로 판단해봅니다.
- 특정 기업의 IPO 흥행 여부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자산(비상장 지분이 많은 지주회사 등)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도록 리밸런싱 기준을 미리 정해둡니다.
비판적으로 봐야 할 지점
영상은 소프트뱅크의 부채 구조, 만기, 금리 조건, LTV 등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며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위기설을 검증하려 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오픈AI와 엔트로픽의 매출·ARR 비교 역시 오픈라우터, 깃허브 등 구체적인 출처를 언급하며 설명합니다.
다만 오픈AI가 2조 달러 기업가치로 상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가능성 중 하나이며, 소프트뱅크의 위기 여부가 결국 오픈AI의 IPO 흥행과 향후 기업가치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낙관적 시나리오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오픈AI의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제품 경쟁력이 유지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어,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투자 판단은 이런 불확실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내려야 하며,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정보 정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핵심 요점
- 소프트뱅크의 위기설은 오픈AI의 IPO 연기로 브릿지론(260억 달러, 만기 2027년 3월)을 계획대로 상환하지 못하게 된 데서 시작됐습니다.
- LTV는 13%로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보유 지분의 77%가 암과 오픈AI 두 종목에 몰려 있고 이자 비용이 현금 흐름 대비 두 배 가까이 큰 구조적 취약점이 있습니다.
- 오픈AI는 오픈라우터 기준 매출 점유율에서 엔트로픽을 역전(51 대 49)했고, 아스트라와 광고 수익 모델(200일 만에 연율화 매출 10억 달러) 등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소프트뱅크의 위기와 기회는 결국 같은 곳, 즉 오픈AI의 IPO 흥행 여부에 달려 있으며 오픈AI 기업가치가 2조 달러 수준으로 오르면 소프트뱅크의 지분 가치도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 앞으로는 컴퓨터 사용 능력에서의 경쟁 우위 지속 여부와, 개인형 에이전트 시장에서 오픈AI가 얼마나 앞서 나가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정리하면, 소프트뱅크의 위기설은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라 실제 부채 구조에서 비롯된 리스크입니다. 다만 오픈AI의 성장세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하는 만큼, 관련 종목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실적 발표와 IPO 관련 뉴스를 꾸준히 확인하며 판단을 업데이트해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